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 시험의 한국 내 응시가 무산됐다고 매일경제가 26일 보도했습니다.
그간 응시생들 사이에,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 시험을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무산됨에 따라, 미국공인회계사 응시생들의 ‘원정 시험’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기사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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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10&no=45270
美간호사시험ㆍCFA
잇따른 문제 유출로 한국서 시험 불신 초래
`학원은 처벌 全無`문제
◆한국 `시험부정 공화국`오명 (上)◆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SAT) 시험지 유출과 경찰 수사 확대로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국제적으로 `시험부정 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처지다.
미국회계사(AICPA) 자격증 국내 시험 등 국제공인자격증 시험의 한국 내 응시가 무산되고 있다. 그동안 끊이지 않던 문제 유출 등으로 국제적인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다.
2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AICPA 자격시험 실시국가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AICPA 시험 국내 공식 교육ㆍ결연기관인 KAIS가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 Board)에 한국의 시험 실시국 선정을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협회 측이 “한국에서 문제 유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한 것.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AICPA 시험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에서도 실시되지만 최초로 `해외 시험`을 요구했던 한국만 배제됐다”며 “2009년 1월 국내에서 벌어졌던 학원 강사의 AICPA 문제 유출 사건이 결정적 원인이었지만 이 사건을 전후해서 각종 공인 자격증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게 중요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라도 한국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올해 터진 SAT 문제 유출로 인해 이마저도 사실상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치러지는 미국 자격시험 등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미국의 각 시험 주관사들은 한국인 응시자는 물론 한국에서 치러지는 모든 시험 자체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고급 자격증으로 꼽히는 공인재무분석사(CFA)에서도 국내에서 문제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여름 학원 강사 N씨는 국내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CFA 1차 시험에 대비해 하루 전날 미국에서 치러진 CFA 시험의 실제 기출문제를 빼내려다 CFA주관사(CFA Institute)에 적발됐다. 주관사는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해 해당 학원과 N씨에게 이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경고장을 보내 사건을 일단락했지만 망신살이 이미 뻗친 뒤였다.
2007년 5월에는 미국간호사자격시험(NCLEX)에서도 기출문제 복원이 불거져 2005년부터 국내에서 실시되던 시험이 전면 폐지되기도 했다.
SAT에서는 2007년 1월에도 문제가 터졌다. 당시 미국교육평가원(ETS)은 국내 여러 학원의 모의고사가 사실상 `기출문제`로 구성된 것을 발견한 뒤 같은 해 3월 해당 SAT 시험결과를 모두 무효처리했다.
2002년엔 홍콩 대만 중국과 함께 한국에서도 GRE의 CBT 시험이 전면 폐지됐다. 일본에서 미리 CBT 시험을 친 뒤 문제를 후기형식으로 올려 국내 CBT 시험 점수를 올리는 행위가 만연하자 주관사 측이 한국의 CBT 시험을 없애고 1년에 두 번 PBT(종이 문제지 시험) 시험만을 볼 수 있도록 제한했던 것.
일본에서는 매일 치를 수 있는 GRE의 CBT 시험을 못 보게 돼 발생하는 손해도 엄청나다.
GRE를 준비하고 있는 한 유학준비생은 “매달 일본에 가서 시험을 쳐야 하기 때문에 숙박비와 항공비가 엄청나게 든다”며 “공정하게 실력을 검증받으려 하지 않았던 사람들, 점수만 높게 따면 된다는 사회 분위기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에 엄청난 손해 비용을 몰고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자격증 시험 전문 학원장은 “강사만 처벌받고 학원은 멀쩡한 구조가 결국 문제”라며 “(AICPA 같은 경우처럼)학원은 양벌규정을 따지면서 위헌심판 제청까지 하고 있으니 미국 시험 주관사에서는 한국에서 굳이 시험을 치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연 기자 / 김명환 기자]